About Love - 다큐 '사랑'
 

열정과 사랑.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불같은 열정은 사랑의 시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의 모두는 아니다.

 

첫 눈에 반함으로써 사랑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시신경을 통해 이성의 이미지가 대뇌로 전달되어 노르에피네프린의 호르몬 작용에 의해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미처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어째서 이러한 작용이 남녀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이러한 사랑이 매우 '동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모든 포유류에서 '첫 눈에 반하는' 성질이 존재한다고 한다. 뇌의 단층촬영을 통해 초기 사랑에는 대뇌 기저핵에 존재하는 미상핵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등적인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과 달리 미상핵은 인간이 포유류로 진화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기관으로 사실상 무의식적인 본능을 담당한다. 미상핵의 작용으로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마약 복용 시에도 분비되는 물질로 사람을 활기차고 흥분되며 기분이 좋게 만든다.

 

이러한 상태는 매우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상태이다. 항상 상대방을 생각하고, 힘든 일도 힘들지 않게 느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 몸을 지키는데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흥분 상태를 900일 가까이 유지시키는 낭만적 사랑이 진화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이성에게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Mating 성공률을 높이며 아기가 생길 때까지 관계를 유지시키는데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상태는 비효율적이므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상핵의 활성은 줄어들게 되며 도파민에 의한 효과도 점차 하향곡선을 그린다. 열정적인 사랑은 900일만에 사라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랑에서 미상핵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대뇌피질의 역할이 증가되게 된다. 미상핵과 대조적으로 대뇌 피질은 각종 인간의 고등적인 정신작용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다큐를 보면서 이부분이 꽤나 의미심장한 부분이라고 느꼈는데, 이는 동물적인 사랑이 보다 인간적인 사랑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선 사랑이 식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이 '따뜻한 사랑'으로 온도가 낮아졌을 뿐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다. 초기의 열정적인 사랑의 "흥분"과 "열정"은 "편안함"과 "애착"으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흥분 전달 물질도 도파민에서 다른 물질로 바뀌게 되고, 완전히 다른 사랑으로 바뀌게 된다. 콩깎지가 씌어 상대방을 과대평가하고, 좋은 점만 보거나, 왜곡된 형태로 상대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상대방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며,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고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도 있고, 사랑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나는 이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우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우리가 잘 알고 있었던,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하고 일상적인 감정. 그것이 가장 완성도 높은 사랑의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이 증가하는 이러한 사랑은 결코 잦아드는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단지 순간의 폭발적인 감정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사랑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감정은 평생에 걸쳐 증가하고 있을테니.

 

글렌 굴드는 "예술의 목적은 순간적인 아드레날린의 분출에 있지 않고 오히려 서서히, 전 생애에 걸쳐 경이와 평온을 구축하는 데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랑, 더 나아가 인생의 목적도 이와 다름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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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연세대에서 계절학기 들으면서 냈던 KBS '사랑' 다큐감상문이다. 그런데 최근 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커플들 중 일부는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처음 연애할 때의 감정과 동일한 패턴으로 뇌가 반응한다는 것.

 

아래는 Times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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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omen.timesonline.co.uk/tol/life_and_style/women/relationships/article5439805.ece


"Scientists discover true love"

 

SCIENTISTS have discovered true love. Brain scans have proved that a small number of couples can respond with as much passion after 20 years as most people exhibit only in the first flush of love.

 

The findings overturn the conventional view that love and sexual desire peak at the start of a relationship and then decline as the years pass.

 

A team from Stony Brook University in New York scanned the brains of couples who had been together for 20 years and compared them with those of new lovers. They found that about one in 10 of the mature couples exhibited the same chemical reactions when shown photographs of their loved ones as people commonly do in the early stages of a relat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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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에 보니, 자기 커플이 기사에 소개된 'swan'(시간이 지나도 뇌의 화학적 경로가 바뀌지 않는 커플) 이라고 주장하는 Luisa라는 사람이 이렇게 썼다.
" We're definitely swans, We still give each other goosebumps. " (우리는 Swan이 확실하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소름돋게 만든다.)

 

글쎄.. 그런 동물적인 사랑이 그렇게나 오래간다면 너무나 피곤하지 않을까? 물론 커플이 함께 한다면 극한의 행복감이 쭈욱 이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행복하면 그만일 것일까?

내가 너무 이공계 마인드라 그런지, 저런 경우에 부럽거나 하기보다는 어떤 병 같이 느껴진다. 조증에 걸린 사람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랄까.

Swan은 참 피곤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꽤나 말초적이고 동물적인 사랑이라는 것도.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증 치료를 보면 참 아이러니함을 느끼는데, 행복감에 빠져있는 사람을 치료라는 이름으로 그 행복을 빼앗는 것도 참 잔인한 일이 아닌가. 그 행복은 가짜이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진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치료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행복의 진위와 당위는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지.

by mystery | 2009/01/05 15:29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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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이 at 2009/01/05 17:15
사랑은 미스테리예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Commented by mystery at 2009/01/06 23:40
정답이 없거나, 아직 너무 모르거나.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스테리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답 없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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