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이 무료했는데... 소설쓰듯 사건을 하나 만들어 일으키고 보니 재미있다. 삶이 마치 소설 같은 오늘처럼 써내려갈 수 있다면, 무료함을 깰 수 있는 일들로 채울 수 있다면. 시간 속에 삶이 질식해버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여튼. 역시 오늘은 Lucky.
학교에서 신축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보면, 하얀 색으로 단풍이 든 나무가 있다. 멀리서 봐도 꼭 눈이 내린 것처럼 혼자 돋보이는 나무인데, 작년에 가까이 한번 가서 보아야지 마음만 먹고 못 보고 말았는데, 마침내 오늘 보았다.
핸드폰 화질이 구려서 잘 안 나왔지만, 아주 살짝 노란빛이 도는, 흰색과 상아색 사이라고 보면 된다. 하얀 것든 나뭇잎들인데, 실제로 보면 정말 꽃처럼 예쁘다.
나무 구경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나무 밑에 크로버들이 나 있길래 한번 보았더니, 네잎 크로버가 있다. 흐음. 정말이지 네잎크로버를 삼킨 이후로는 운이 너무 좋다.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네잎크로버는 정말 손쉽게 찾아진다. 내 속에서 기르는 네잎크로버가 다른 네잎크로버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누구한테 줄까 생각을 하며 주머니 속에 넣었다. 네잎 크로버라는게 처음 한 두번 찾을 때는 기쁘고 자기가 갖고 싶은 욕심이 나지만, 실상 보면 가지고 있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그러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며, 행운을 빌어주는게 훨씬 낫다. 특히 옛날에, 친구가 달라고 했었을때, 4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까워서 주지 못했던 네잎 크로버를, 주지 못한채 그 친구가 세상을 달리했을 때 얼마나 한스러웠는지. 그 중 1개는 다른 친구가 실수로 찢었고, 한 개는 동아리 방에서 잃어버렸고, 한 개는 옛여자친구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주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며 가지고 있었던 다른 한 개는 그 친구 기일 근처에 잃어버렸다. 하나같이 나에게 행복을 주었으면서, 동시에 불행이기도 했던 대상들을 향해 사라져버린 것이다.
방에 들어가서 요 며칠간의 무기력함을 깨고 대청소를 하고, 머리를 자르러 가는 길에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촉촉한 무언가가 손에 잡혀서 꺼내보니... 아까 그 네잎크로버였다. 꼬깃꼬깃하게 잎이 다 접혀져서 도저히 다시 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조금 펴보려고 했는데, 길을 걸어가면서 하니까 잘 되지도 않았고, 펴도 남에게 줄 수 있을 만큼 예쁜 모양이 나지 않을 듯 하다.
"뭐, 난 운이 좋아서 네잎 크로버야 이제 흔하게 찾을 수 있으니까.. 또 찾으면 되지 뭐" 하고 길에다 휙 버렸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뒤에서 섬뜩한 느낌을 느껴졌다. 그걸 버리면 내 행운이 다 달아나 버리게 될 거라는 예감... 지금까지 기껏 행운을 가져다 줬는데, 그걸 그냥 버리다니. 이제는 필요 없구나? 꾸짖음이 들리는 듯 했다. 황급히 다시 돌아가서 주웠다. 주머니에서 다른 물건들을 다 빼고, 그 네잎크로버만 집어넣었다.
머리를 다 한 후 방에 와서 네잎크로버를 조심조심 다시 폈다. 다행히 물기가 촉촉히 남아 있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잘 펴졌고, 다 피고 나니, 네 이파리가 모두 크기가 비슷비슷해서 정말 예쁜 모양이 되었다. 지금까지 주운 네잎 크로버 중 가장 예쁜 것 같다. 휴... 이걸 누구를 줄까?.. 생각하자마자 바로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잡화점에 들어가서,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놓는다.
"응??"
"음... 뭐 드릴게 있어서요 ^^"
"뭔데??"
노트를 꺼내고, 그 속에 끼워놓은 네잎크로버를 꺼낸다.
"아... 하하하. 코팅하려고 하는구나?"
"아니에요. 드리는 거에요. :) 아주머니가 옛날에 저 1학년 신입생일 때, 잡화점 처음 온 날, 그날 첫 손님이라고 네잎 크로버 주셨잖아요."
"어머~! 나는 기억도 안나! 호호"
"그 네잎 크로버 받고서 운이 정말 좋아졌거든요. 하하. 그날 이후로 네잎 크로버도 엄청 많이 찾았어요."
"아하~ 일부러 막 찾아다녔구나?"
"아니오?! 그냥 저절로 나타나던데요?""
"좋은 일도 많이 있었고?"
"네!"
"아.. 정말 고마워. 이거 가져가렴."
얼떨결에 초록색 펜을 받았다... 그냥 네잎 크로버를 받았고, 3년 뒤에 돌려준건데, 또 무얼 받아버렸네?!
도서관에 앉아 책을 폈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자기도 기억 안나는, 신입생에게 주었던 네잎크로버가, 그 신입생이 4학년이 되어서 덕분에 행운이 따라 좋은 일이 많았다며, 돌려준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보람을 주는 일이 이렇게 손쉬운 일이라니. 하지만, 물론 모든 것은 애초에 신입생에게 네잎크로버를 선물하셨던 그 잡화점 아주머니의 시작이 없었더라면 이런 이벤트 거리를 만들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니, 아주머니보다는 내가 훨씬 감사해야 하는데... 왜인지 아주머니 못지않게 나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사실은 호의에 대해서 3년이 지난 뒤 단순히 같은 정도로 응했을 뿐인데. Lucky, lucky to have been where I have been! :)